공사대금이 불안할 때, 공사를 멈출 수 있나

COLUMN · 민사·건설

작성 2026. 10. 16. | 로엘법무법인 김민이 변호사

공사대금을 분양대금으로 받기로 했는데 분양이 되지 않는다면, 시공사는 공사를 계속해야 할까요. 계속하면 받을 수 없는 대금만 쌓이고, 멈추면 채무불이행 책임을 질까 걱정됩니다.

대법원은 2026년 7월, 이런 상황에서 수급인이 「민법」 제536조 제2항의 불안의 항변권으로 공사를 멈출 수 있다고 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이 판결로 공사 중단이 허용되는 기준과, 멈춘 뒤의 지체책임·소멸시효 문제를 정리합니다.

Q.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면 수급인이 공사를 멈춰도 되나요?

계약 후 사정으로 공사를 계속해도 대금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면, 도급인에게 신용불안이 없어도 수급인은 계속 공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2468 판결은 분양 실패로 대금을 받을지 현저히 불투명해진 사안에서 이렇게 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어떤 사정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분양이 막히자 공사를 멈춘 시공사

이 사건은 콘도 신축 도급계약입니다. 공사대금은 분양수입금을 재원으로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순차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9월 사전청약을 받았지만 청약률은 약 9.33%에 그쳤고, 걷힌 청약대금은 전체 공사대금의 0.71%에 불과했습니다. 도급인도 본 분양계약으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시공사는 2008년 12월 공정률 33.56%에서 공사를 멈췄고, 도급인도 분양시장 악화를 이유로 관할 관청에 공사휴지를 신청했습니다.

이후 2015년경부터 2019년경까지 사업 재개를 추진했으나 모두 결렬되었습니다. 시공사 측이 기성공사대금을 청구하자 도급인은 공사 중단이 채무불이행이라고 다퉜지만,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불안의 항변권, 신용불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안의 항변권은 먼저 이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도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으면 자기 이행을 거절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민법」 제536조 제2항). 보통은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가 대표적 사유로 꼽힙니다.

대법원은 이 사유를 상대방 쪽의 객관적·일반적 사정으로만 좁혀 볼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쌍방의 사정을 종합해 상대방 채무가 이행기에 이행될지 현저히 불투명해졌다면, 그 이행이 확실해질 때까지 자기 채무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성금을 일정 기간마다 나누어 받는 공사에서는 그 지급이 수급인의 장래 이행을 보장하는 전제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종전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2011다930252026다202468
거절의 계기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공사금 미지급
계약 후 발생한 제반 사정
(분양 실패로 대금 지급 불투명)
도급인 신용불안없어도 거절 가능없어도 거절 가능
핵심 기준계속 공사해도 대금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받을 합리적 기대가 없고
선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는지

이 사건에서는 대금 재원 자체가 분양수입금이었기 때문에, 분양 실패만으로도 공사를 끝까지 해도 대금을 받을지가 현저히 불투명해졌다고 본 것입니다. 아울러 이 계약에서는 분양 현황과 무관하게 공기 내 완공하는 책임준공의무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멈춘 뒤의 지체책임과 소멸시효

불안의 항변권이 있으면 수급인이 거절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더라도 그 권능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행지체책임은 생기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등에서 이어져 온 법리이며, 이번 판결도 이를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항변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상대방 채무의 이행기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도급인은 공사 중단 시점부터 시공사의 기성공사대금 채권 소멸시효가 진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이 사건의 이행기는 계약에서 정한 대로 최초 분양계약 후 계약금·중도금 지급시기가 오거나, 분양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때라는 것입니다.

공사에 관한 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민법」 제163조 제3호) 기산점은 결론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채권별 시효 기간은 채권 소멸시효, 10년이 아닐 수 있습니다에서 정리했습니다. 또 원심은 도급인의 후순위 근저당권 설정이 계약상 해제사유라고 보았고, 해제 뒤에도 시공사가 기성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판단도 유지되었습니다.

공사를 멈추기 전에 확인할 것

이 판결은 분양이 부진하면 언제든 공사를 멈춰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금이 분양수입금에 연동된 계약 구조, 극히 낮은 청약 실적, 도급인의 공사휴지 신청 같은 사정이 함께 인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수급인이라면 먼저 계약서의 대금 지급 조건과 재원 조항, 책임준공 약정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중단을 결정했다면 그 시점의 분양률, 대금 수령 내역, 도급인과 주고받은 협의 자료를 남겨 두어야 나중에 귀책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필자가 계약 분쟁을 상담하다 보면, 공사가 멈춘 지 여러 해가 지나서야 대금 청구를 검토하면서 중단 당시의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를 보게 됩니다. 도급인 쪽도 중단을 받아들이는 듯한 절차를 밟았는지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불안의 항변권은 도급인의 신용불안이 없어도 대금 지급이 현저히 불투명해지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거절 권능이 있으면 의사를 밝히지 않았어도 이행지체책임이 생기지 않습니다. 셋째, 항변권 행사로 상대방 채무의 이행기는 바뀌지 않으므로 소멸시효 기산점은 계약 내용을 따라 따져야 합니다.

공사 중단이나 공사대금 문제로 고민하고 계십니까?

도급계약서, 기성금 청구·수령 내역, 분양 현황 자료, 중단 전후 협의 기록을 정리해 두시면 검토에 도움이 됩니다.

온라인 상담 →   부동산 분야 안내 →

참고자료

·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2468, 202469 판결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63조·제387조·제536조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 같은 날 발행 칼럼: 브레이크 뗀 픽시 자전거, 2027년 1월 8일부터 처벌

김민이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서울 근무 / 형사·가사 사건 담당
변호사 프로필 보기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에 적힌 원심 인정 사실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반소 청구의 구체적 내용과 공사대금 액수는 판결문에서 확인되지 않아 다루지 않았습니다. 당사자 상호와 공사 소재지는 기재하지 않았으며,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관련 구성원

목록

관련 사건사례

MORE

관련 구성원

MORE
온라인상담신청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상세한 내용은 아래의 문의를 통해 전달해주세요.

빠른상담 접수

로엘 법무법인이
함께 고민하고 대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