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성취 방해한 건축주, 약정금 5천만 원 지급 판결

CASE REVIEW · 민사 / 전주

작성 2026. 10. 13. | 로엘법무법인 조원균 변호사

계약서에 '이런 일이 생기면 돈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붙여 두었는데, 돈을 줄 쪽이 그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건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줄 돈도 없다는 주장이 통할까요.

전주지방법원은 건축주가 건축허가 접수를 보류시켜 조건 성취를 막았다며 약정금 5,000만 원 지급을 명했습니다. 다루는 판결은 1심이며 확정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Q. 돈을 줘야 하는 쪽이 계약 조건이 이뤄지지 않도록 막았다면,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볼 수 있나요?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 성취를 방해했다면 상대방은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2026. 7. 10. 선고 2025가단12234 판결은 「민법」 제150조 제1항을 근거로 건축허가 접수를 보류시킨 건축주에게 약정금 5,000만 원 지급을 명했습니다. 이 판결은 1심으로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전주지방법원이 공개한 건축허가 보류 사건

전주지방법원이 2026. 8. 10. 「우리법원 주요판결」로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시공을 맡은 원고는 2024. 7. 건축주인 피고의 펜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도 공사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신축공사를 맡아 그 공사비를 받으면 리모델링 공사비는 따로 받지 않기로 했고, 2024. 9. 5. 단독주택 신축공사 계약을 맺었습니다.

특약 제14조는 설계사가 군청에 접수한 뒤 피고의 사용승낙서 문제로 착공이 15일 이상 미뤄지면 리모델링에 들어간 5,000만 원을 배상으로 지급한다고 정했습니다. 그런데 피고가 고용한 건축사는 건축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고, 피고도 사용승낙서를 주지 않아 주택은 착공하지 못했습니다.

조건은 성취되지 않았지만 민법 제150조가 적용됐다

법원은 특약 제14조의 정지조건 자체는 성취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조항은 건축허가 신청이 군청에 접수된 뒤 사용승낙서 미제공으로 착공이 늦어진 경우를 정한 것인데, 접수 자체가 없었다는 점은 양측이 다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 성취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해 성취를 방해하면 상대방이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게 합니다.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은 이 조항이 조건이 성취됐다면 있었을 상태를 한쪽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는 규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은 방해가 없었다면 조건이 성취됐을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 방해가 없었어도 성취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다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방해 여부는 약정 경위, 방해의 모습, 성취 가능성 등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법원이 방해행위로 본 사정들

법원은 피고가 설계사에게 건축허가 신청을 보류하게 해 조건 성취를 막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의 반론에 대한 판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쟁점법원 판단
설계도면 제공건축주에게 있는 것이 일반적
설계비 선지급 특약만으로 시공자 의무 아님
허가 미접수건축사를 고용·지시한 주체는 피고
건축사가 피고의 보류 지시를 통화에서 언급
설계비 미전달조건 성취와 직접 관련 없음
건축사는 피고 지시로 신청하지 않음
착공 연기이른 착공을 원한 쪽은 원고
피고가 겨울 영업이 어렵다며 연기 제안
성취 가능성접수됐다면 남은 조건은
피고의 사용승낙서 제공 여부뿐

법원은 피고가 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접수 보류만으로 조건을 막고 특약에 따른 5,000만 원 지급까지 피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방해는 신의성실에 반하므로 조건은 성취된 것으로 의제되고, 피고는 약정금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5,000만 원은 줄어들지 않았다

피고는 5,000만 원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니 크게 줄여야 한다고 예비적으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게 하는데,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은 손해가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이 되는지를 여러 사정으로 따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원은 특약 제14조와 제6조가 모두 리모델링 공사비를 5,000만 원으로 특정했고, 피고가 견적과 실제 공사내역을 검토한 뒤 그 금액을 양해하고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액하지 않았습니다. 지급명령 정본이 송달된 다음 날인 2025. 1. 16.부터는 판결이 정한 연 12%의 지연손해금도 붙었습니다.

조건부 약정을 맺거나 다툴 때 확인할 것

조건을 누가 움직일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건 조건은 '설계사의 접수'였지만, 그 설계사를 고용하고 지시하는 사람이 피고였다는 점이 판단을 갈랐습니다. 필자가 전주에서 민사사건을 수행하며 보면, 조건을 제3자의 행위로 적어 두고 그 제3자를 누가 지시하는지는 정하지 않은 계약서가 적지 않습니다.

조건의 진행 경과는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와 건축사, 원고와 피고 사이의 통화 내용이 방해행위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반대로 방해가 없었어도 조건이 이뤄지기 어려웠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이 판결도 1심이어서 상급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 성취를 막으면 상대방은 조건 성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방해가 없었다면 조건이 성취됐을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이 사건은 1심 판결로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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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전주지방법원 2026. 7. 10. 선고 2025가단12234 판결(1심, 확정 여부 미확인) — 전주지방법원 우리법원 주요판결(2026. 8. 10. 게시, 비실명 처리본)
·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 /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50조·제398조 [법률 제21454호, 시행 2026. 3. 17.] — 국가법령정보센터
· 관련: 3억 5천만 원짜리 위약금 특약이 기각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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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균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전북대학교 법학과 ·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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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전주지방법원이 공개한 판결문과 게시물의 범위로만 서술했습니다. 인용한 사건은 1심 판결이고 항소·확정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당사자 신상, 건물 소재지, 설계 관계자, 계약금액 등은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특약과 별개로 리모델링 공사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판결이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하며, 개별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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