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 아니라 믿고 떠난 운전자, 도주치상 유죄
CASE REVIEW · 형사 / 수원
작성 2026. 10. 8. | 로엘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
내 잘못은 없다고 생각해 사고 현장을 그대로 지나갔다면 뺑소니가 될까요? 도주치상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주장이 "내 탓인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수원지방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도주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판결문과 대법원 판례로 판단 기준을 정리합니다. 다루는 판결은 1심이며 확정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Q. 사고가 내 잘못이 아니라고 믿고 현장을 떠났어도 도주치상이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6. 8. 20. 선고 2025고정1786 판결은 운전자의 잘못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운전자가 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한 채 떠났다면,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믿었더라도 도주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1심으로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수원지방법원이 공개한 비보호 좌회전 사고
수원지방법원이 2026. 10. 7. 「우리법원 주요판결」로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운전자는 2025년 3월 용인의 한 편도 3차로 도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했습니다. 맞은편에서 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차량은 이를 피하려고 급히 핸들을 꺾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았습니다.
피해 운전자는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경추 염좌를 입었고 차량 수리비는 약 280만 원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정차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 없이 가던 길을 갔습니다. 약식명령을 받은 운전자가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2026. 8. 20.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도주치상과 사고후미조치에 적용된 조문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는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고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의무이고, 이를 어기고 도주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으로 가중처벌됩니다.
| 죄명 | 조문 | 법정형 |
|---|---|---|
| 업무상과실치상 | 「형법」 제268조 | 5년 이하 금고 2천만 원 이하 벌금 |
| 도주치상 |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제2호 | 1년 이상 유기징역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 |
| 사고후미조치 | 「도로교통법」 제148조·제54조 제1항 | 5년 이하 징역 1천500만 원 이하 벌금 |
이 사건에서 도주치상과 물건손괴 후 미조치는 하나의 행위로 평가돼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됐습니다. 선고된 벌금 500만 원은 도주치상 벌금형의 하한과 같은 금액입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믿음이 도주 고의를 없애지 못한 이유
법원은 도주의 고의를 판단할 때 운전자의 주관적 믿음보다 사고 사실을 인식했는지를 보았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고영상에는 맞은편 차가 오는데도 무작정 좌회전하는 모습이 담겼고, 법원은 피해 차량이 이를 피하다 사고가 난 것이 명백하고 운전자가 사고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가던 길을 갔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운전했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고 적으면서도, 잘못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이상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도주의 고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2도9697 판결도 도주를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인식하고도 구호 등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현장을 떠나 사고 운전자를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 봅니다. 도주의 범의는 사고 경위, 상해 정도,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후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구법 조항에 관한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1330 판결은 내리지 않고 피해 차량 쪽을 잠깐 본 뒤 떠난 운전자에게 미필적으로라도 사고 인식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도주치상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고 현장을 떠났더라도 구호조치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았다면 도주치상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5885 판결은 저속 사고 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피해자와 대화했고 피해자가 현장에서 통증을 말하지 않은 사안에서 도주의 고의로 떠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다만 2010도1330 판결은 적어도 정차해 피해자 상태를 눈으로 확인해야 구호가 필요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수원 사건 운전자는 정차해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떠났다는 점에서 2013도15885 사례와 다르다고 필자는 봅니다.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가 해야 할 일
상대 차량이 내 앞에서 급하게 피하거나 멈췄다면 정차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과실 다툼은 나중 문제이고, 도로교통법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주고 경찰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교통 형사 상담을 하며 보면, 부딪히지 않았으니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약식명령에 불복하면 고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청구한 사건에서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따라 약식명령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지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액수가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고 사실을 인식하고 떠났다면 내 잘못이 아니라는 믿음만으로 도주 고의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둘째, 구호조치가 필요 없었다는 판단은 대개 정차해 피해자 상태를 확인한 경우라야 가능합니다. 셋째, 이 사건은 1심 판결로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도주치상이나 사고후미조치로 조사를 받고 계신가요? 블랙박스 영상, 사고 당시 신호 상황, 현장을 떠난 경위를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수원지방법원 2026. 8. 20. 선고 2025고정1786 판결(1심, 확정 여부 미확인) — 수원지방법원 우리법원 주요판결(2026. 10. 7. 게시)
·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2도9697 판결 /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1330 판결(구법) /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5885 판결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법률 제20878호, 시행 2025. 7. 2.] / 「도로교통법」 제54조·제148조 [법률 제21246호, 시행 2026. 7. 1.] / 「형법」 제268조 [법률 제22007호, 시행 2026. 10. 2.] / 「형사소송법」 제453조·제457조의2 [시행 2026. 10. 2.]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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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수원지방법원이 공개한 판결문과 게시물의 범위로만 서술했습니다. 인용한 사건은 1심 판결이고 항소·확정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당사자 신상과 사고 장소의 세부 명칭은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운전면허 행정처분과 약식명령의 구체적 내용은 판결문에 없거나 확인하지 못해 다루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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