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적힌 임대차계약서, 서명 안 했다면

COLUMN · 민사

작성 2026. 9. 30. | 로엘법무법인 조원균 변호사

이름만 올려 둔 집 때문에 보증금을 갚으라는 지급명령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서 임대인 란에는 내 이름과 도장이 있고, 보증금도 내 명의 계좌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정작 나는 그 계약서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은 이런 사건에서 명의자를 임대인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계약서의 이름과 도장이 어디까지 증거가 되는지, 명의신탁이 대리권으로 이어지는지를 판결문과 대법원 판례로 정리합니다.

Q. 명의만 빌려준 집에 내 이름으로 된 임대차계약서가 있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책임이 있나요?

계약서에 이름과 도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6. 8. 26. 선고 2025가단10398 판결은 서명·날인이 명의자 본인의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명의자를 임대인으로 보지 않고 보험사의 구상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제1심이고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남원지원이 공개한 사건

전주지방법원이 2026. 9. 9. 「우리법원 주요판결」로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한 공공 임대 사업자는 실입주자를 위해 피고 명의로 등기된 건물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보증금 7,570만 원을 피고 명의 계좌로 보냈습니다.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이 돌아오지 않자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자신은 등기 명의만 가진 명의수탁자이고, 계약서는 명의신탁자가 자기 이름을 도용해 만든 것이라고 다퉜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판결은 제1심이며 항소·확정 여부는 게시물에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이름과 도장이 있어도 계약서가 증거가 되지 못한 이유

계약서는 먼저 명의인의 의사로 작성됐다는 점, 즉 진정성립이 인정돼야 증거가 됩니다. 「민사소송법」 제357조는 사문서의 진정을 증명하도록 하고, 제358조는 본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9655 판결도 전세계약서 위조가 다퉈지면 진정성립부터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추정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은 인영이 명의인의 인장으로 찍힌 것이어야 추정이 생기고, 다른 사람이 날인한 사실이 밝혀지면 추정이 깨진다고 보았습니다. 남원지원은 피고가 인적사항을 적었거나 도장이 피고의 인장으로 찍혔다는 증거가 없다며 계약서와 해지합의서를 증거로 쓰지 않았습니다.

내 명의 계좌로 보증금이 들어왔는데도

보증금이 명의자 계좌로 입금된 사실만으로는 명의자가 계약했다고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보험사가 든 사정과 법원 판단은 이렇습니다.

보험사가 든 사정법원의 판단
피고 명의 계좌로 보증금 입금피고는 남원 거주, 계좌 거래는 대전·청주에서만
명의신탁자 계좌와 자금 이동 빈번
명의신탁 무효의 대항 불가
주소지로 반환최고서 발송
피고가 직접 계약했다는 점을
의미 있게 뒷받침하지 못함
실입주자의 사실확인서만난 임대인이 피고라는 내용 없음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은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합니다.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10720 판결도 명의수탁자에게서 실제로 집을 빌려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을 이 조항의 제3자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명의자가 계약했는지 자체가 쟁점이었고, 법원은 이 조항이나 반환최고서 발송이 그 사실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명의신탁만으로 대리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명의를 빌려주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에게 계약을 대신 맺을 권한까지 준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130조상 대리권 없는 사람의 계약은 본인에게 효력이 없고, 제126조는 상대방이 권한을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본인에게 책임을 지웁니다.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32526 판결은 남의 이름으로 본인처럼 행세한 경우에도 이 법리를 유추할 수 있지만, 모용자에게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이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남원지원은 명의신탁약정만으로 포괄적 대리권을 일률적으로 인정할 수 없고, 기본대리권을 준 증거도 없다며 대리와 표현대리를 모두 부정했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쪽도, 계약하는 쪽도 확인할 것

이 판결을 명의를 빌려줘도 된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같은 법 제4조는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제7조 제2항은 이를 위반한 명의수탁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민사상 보증금 책임과 명의신탁 자체의 위법성은 따로 판단됩니다.

필자가 전주에서 민사사건을 수행하며 보면, 명의자는 지급명령 단계에서 서명·날인한 적이 없다는 점을 일찍 분명히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차인은 계약 자리에 나온 사람이 등기상 소유자 본인인지 신분증과 위임 서류로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서의 도장은 명의인의 인장으로 찍혔다는 점이 증명돼야 추정이 생깁니다. 둘째, 명의신탁만으로 대리권이나 표현대리가 인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셋째, 이 사건은 제1심 판결이어서 확정된 결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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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6. 8. 26. 선고 2025가단10398 판결 — 전주지방법원 우리법원 주요판결(2026. 9. 9. 게시, 비실명 처리본)
·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9655 판결 /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32526 판결 /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10720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357조·제358조 [법률 제19516호, 시행 2025. 7. 12.] / 「민법」 제126조·제130조 [법률 제21454호, 시행 2026. 3. 17.]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제7조 [법률 제17091호, 시행 2020. 3. 24.] — 국가법령정보센터
· 관련: 명의만 빌려줬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 같은 날 발행 칼럼: AI가 만든 의사의 약 광고, 11월 27일부터 금지

조원균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전북대학교 법학과 ·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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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전주지방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습니다. 인용한 사건은 제1심 판결이고 항소·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사업자·보험사 명칭, 건물 소재지, 계좌 거래 내역은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명의신탁자의 책임은 판결문에 나타나 있지 않아 다루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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